카페에 앉아 조용히 밖을 바라보던 명석은 익숙한 거리에서 그녀와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뭐하냐? 너까지 멍때리면 안좋은데..” 상병이 툴툴댔다.

“아닙니다. 이곳에서 놀던 추억이 좀 기억나서. 죄송합니다.”

“아, 너도 이곳출신이냐?”

“성북구쪽인데, 여기서 자주 놀던 기억이 있어서. 주말에는 자주 오곤 했었습니다.”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병빽이 어느 정도 인것 같냐?”

물론 그건 명석도 궁금하긴 했지만, 딱히 아는 바도 없었다.

“그냥 정치쪽으로 꽤나 쎄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감출필요는 없어서 여자친구쪽 빽이라고 덧붙였다.

“피곤한데, 좋던 싫던 군대는 평범한게 최곤데. 귀찮게 됫네.”

“본인 말로는 훗날을 위해서도 말썽은 안피우는게 좋으니깐, 크게 문제 일으키진 않을것 같습니다.”

“그럼 다행이긴 한데. 어쩌다가 우리 부대 왔는지도 궁금해지네. 우리 부대에서 버틸수 있을려나.”

“저도 그게 걱정이되긴 했는데, 운동은 좀 한것 같습니다. 충분히 버틸수 있다고 본인도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그래? 그러면 나야 상관없지. 말썽 안부리고 열심히 부대 생활한다면 난 뭐 불만없다.”

군대란 그런곳이였지. 무난하게 제대하면 모든게 해결되는 마법같은 곳이지만, 항상 문제는 일어났고, 그런 문제들이 오히려 군대를 지탱하게 해주는 활력소 같은 것이라고 명석은 막연하게 의문을 갖던 중이었다.

그래서 명석은 신병이 맘에 들었다. 항상 주변을 활기차게 해주면서도 거부감을 주지않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몇몇 병장들은 군기가 빠졋다거나, 분위기 파악못한다고 신병을 못마땅하게 지켜봤지만 신병이 딱히 문제 일으킬만한 일을 만든적은 없었다.

“넌 왜 하사관에 지원했냐? 대학까지 다니던 넘이 갑자기 하사관 지원해서 놀랬다.”

명석에게는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돈 때문 아니겠습니까? 집안 사정이 그리 넉넉한 편도 아니고.”

“그렇더라도 용인대 경호학과면 좀 아깝지 않냐?”

“요즘 느낀건, 뭘하던 빽이 없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운동을 하던 취업을 하던. 맨몸으로 부딪히는것도 이젠 지겨워지는 중이었습니다. 군대처음왔을땐 머리나 식히자는 마인드였는데, 와보고 나서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저하고 적성도 맞는 것 같고.”

상병은 명석보다 나이가 한살 많았다. 그리고 명석보다 2달 선임이었다.

처음 몇달간 같이 군생활하다 명석이 하사관 지원했으니 가장 가까운 사람들중 한명이었다.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이었다.

“이제 사회에서 연락안옵니까? 고생좀 하시는것 같더니.”

“으~ 다 해결됫어. 이젠 자기네끼리 알아서 할거니깐, 나랑 볼일 없을거래.”

“꽤나도 질긴인연인가 봅니다. 부대까지 찾아오고.”

“그러게. 뭐 결국 제대하면 다시 돌아가긴 할거지만, 지금은 엮이고 싶지 않다.”

“완전히 손을 뗄수는 없는겁니까?”

“동생도 거기에 있고, 사촌형도 그쪽에 있고. 결국에는 돌아 가야지. 대신 군생활때만큼은 간섭안하기로 딜 봤다.”

상병이 씩 웃어 보였다.

명석도 잘된 일인것 같아 웃음을 지었다.

커다란 문제는 다 해결된 것 같았다.

이젠 즐길 타임이다. 시간도 어느듯 6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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