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겨울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겨울은 너무나도 어처구니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명석은 22살이라는 나이만큼 꽤 여러번의 겨울을 보냈지만, 군대의 겨울은 꽤나 길게도 지나갔다.

근처에서는 상병 고참이 옷깃을 여밀고 초소안에 짱박혀 있었다.

명석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 보았다. 눈이라도 올려는듯 하늘이 무겁게 내려 앉았다.

시계를 보니 교대 근무까지 30분이 남아 있었다.

“다음주가 동계훈련이지?” 라고 묻는 고참의 질문에 한숨을 쉬며

“빠질수는 없는 겁니까?” 작은 희망을 물어 보았다.

“그게 되면 벌써 날랐지.”

“정말 도망이라고 치고 싶습니다.”

“어쩔수 없잖아 까라면 까는게 군대인데, 그냥 빡세게 뛰고 휴가나 가자.”

“알겠습니다. 근데 김병장님는 괜찮은 겁니까?”

“김병장은 거의 끝났어.”

명석이도 김병장이 끝난건 알고 있었다. 폭행이라니.

명백한 구타였다.

최소 영창이었고, 군법 회부까지 될터였다.

“신병은 어떻든?”

“뭐 그냥 지켜보는 중입니다. 근데 별로 느낌이 없는건지 아니면 감이 없는건지, 별일 없다는 듯이 움직입니다.”

“걔 빽이 있다는 소리가 있던데, 사실이었나?”

“아무리 빽이 있어도 김병장님하고 다이다이 깠는데, 이게 쉽게 넘어갈것 같지는 않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더라구, 잘하면 김병장도 살아 날수 있을거야. 신병빽이 좀 쎈가봐.

근데 너 김병장 싫어하지 않았냐?”

“싫은게 아니라 귀찮아 한겁니다. 축구해라 족구해라. 좋아 하시는건 알지만 너무 불려 다녔습니다.”

“하긴 운동귀신이었지. 쩝. 교대나 준비하자, 다음 얘들 올 시간됏다.”

명석이는 신병을 만나서 이야기해볼 생각이었다. 신병의 빽이 정말 있다면 일단 김병장은 살리고 봐야 했다.

명석은 신병과 단둘이서 면담을 해볼 생각이었다.

중대장님이나 원사님과는 허락을 맡아 두었다.

원사님은 잘 마무리 할수 있으면 할수 있는데까지는 노력해 봐야 한다고까지 말씀 하셧었다.

헌병대까지 왔다 갔는데, 원사님은 헌병대쪽은 어떻게든 무마시킬수 있을것 같다 하셧다.

문제는 신병이었다.

신병이 버티면 여럿 날라가는것이다.

문제의 신병은 내무반에 혼자 앉아 있었다.

“하사님이 오실줄은 몰랐습니다.” 맞은편에 앉자마자 신병이 물었다.

“나도 좋게 해결할라 그러는거지. 안좋은 쪽으로 갈 필요는 없잖아.”

“솔직히 하사님은 좋아했었습니다. 이것저것 많이 알려 주시고, 꼰대 스타일도 아니어서 저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군대에 나랑 맞는게 어디겠냐마는, 나름 잘할려고 노력했다. 일이 이렇게 되서 미안하기도 하고.”

“괜찮습니다. 그리고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일은 좋게 마무리 될겁니다.”

“좋게? .음 이건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잠시 명석은 내무실 바닥을 바라보았다.

“니 뒤에 누가 있는거냐?” 최대한 건조하게 말하려 노력했지만 목소리는 약간 떨린다는것을 느꼈다.

“제 뒤가 말고, 제 여자친구 뒤가 무섭습니다. 정치계쪽에서는 상당히 영향력이 있습니다.”

잠시 생각하는듯하더니 담담하게 덧붙였다.

“말해놨습니다. 여기 일 조용히 넘기고 싶다고 했으니, 문제 생기진 않을 겁니다. 저도 어차피 정치쪽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기록에 문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일은 좋게 흘러갔다. 명석은 이 신병이 맘에 들었다. 비록 고참인 김병장과 주먹다짐을 했지만, 김병장에게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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