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제벌 살살해졌다.
나무잎이 드믄드믄 갈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첫번째 섹스 이후로 가끔 그녀가 새벽에 집에 찾아 왔다. 그냥 와서 잠만 자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며 새벽을 보내기도 했다. 때로는 섹스를 하기도 했다.
첫주는 서로 수줍게 상대에게 맞출려고 섹스가 아기자기 하게 흘러 갔다.
두번째주는 서로에게 원하는 것을 말해주고 상대방이 원하는대로 맞춰갔다.
세번째주부터는 적응이 되어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집에 와서 머무른 횟수가 많아 질수록 집에 그녀의 옷들과 악세사리가 늘어만 갔다.
결국 동거하자는 말을 농담삼아 나누게 될 정도였다.
그녀는 대게 학교의 커플들 얘기를 많이 해주었다.
서로 사귀는 사이라던가, 동거하는 커플들이야기, 헤어진 사이라는등 첨들어 보는 이야기 들이었다.
생각보다 캠퍼스는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을 즐기며 밴치에 앉아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그녀가 문자를 확인하더니 손을 끌고 어디론가 데려 갔다.
그녀를 따라 처음 가보는 아파트에 들어섰다.
방안에서 또래의 여자가 나와 그녀와 격하게 포옹을 했다.
“언니랑 언니 남자친구가 연락이 안돼.”
자리에 앉자 동생인듯한 여자가 말했다.
그와중에도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전화를 계속 하고 있었다. 여러번 전화를 했지만 표정으로 보아 시원한 답변을 얻은것 같지는 않았다.
삼촌이라고 소개한 사람은 경찰이라고 직업을 말했다.
“필린핀경찰에 연락하고 있는데 잘 안돼나봐.”
그녀가 손을 툭툭 쳤다.
“마지막 장소가 어디였나요?”
“마닐라요.”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요?”
“세부요.”
잠시 방을 나가서 전화를 돌렸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문안으로 얼굴을 내밀고 그녀를 불러 사실대로 이야기해줬다. 그녀도 어두운 얼굴로 거실로 들어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사관이나 경찰은 기다리라는 말만하고. 생사라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동생의 어머니가 울먹이며서 말했다.
“젋은 친구들한테 뭐하러 말해. 기다려봐 정부에서도 곧 대책을 새운다고 했으니깐 어떻게 되겠지.” 아버지의 목소리가 격양되어 있었다.
문자가 와서 확인했다. 한가닥 희망이 보였다.

다시 밖으로 나와 형한테 전화했다.
형에게 물어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용병들 연락처를 받았다.
“하지만 걔네도 움직이기 힘들어. 그정도 일이면 미국눈치를 안볼 수 없어.” 형은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역시 군인답게 이른 아침일텐데도 바로 전화를 받았다.
사정을 이야기 했다.
아버지는 연락처와 이름을 알려주었다.
좋은 사람. 항상 존경하는 사람.
“할려면 제대로 해라. 아니면 아예 손을때.”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였다.
소개받은 전화로 연락을 해서 이름이 맞는지 물었다. 맞다고 하더니 누구 소개로 연락처를 알게 됐는지 물었다. 아버지의 이름을 대자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상황을 설명하고 용병들이 활동해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3시간.” 3시간안에 작전을 끝내야 한다는 의미였다.
용병들은 컨택하고 일정을 정해서 다시 연락을 주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언제든지 필요하면 전화하라고 했다.
다시 용병들에게 전화를 걸어 형이름을 대고 사정을 설명했다.
용병들은 작전진행하는데 미국눈치가 보인다고 걱정했지만 그건 허락을 구했다고 말하자,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시 돈이 문제였다. 그들이 요구하는 금액은 2억이었다. 그것도 선불로.
가족과 상의하고 다시 연락을 주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그녀를 불러내서 상황을 설명해 줬다. 조금 얼굴색이 밝아 지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다시 밖으로 나왔을때 그녀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용병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용병들의 리더는 괜찮다고, 형한테 안부나 전해달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가 옆에서 통화를 듣고는 같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한테 말해서 돈을 빌려 볼까?”
“주식있는거 팔까?”
“은행에 적금 깨면 돼.”
그녀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냥 어깨를 두들기며 괜찮다고 말했다.
전화를 걸어서 간만에 친구와 통화했다. 이야기를 듣더니 바로 오겠다고 말했다. 다행이도 말레이시아에 있었다. 일행을 데리고 오겠다고 했다.
필리핀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자, 오는 대로 바로 작전할 수 있도록 준비 해놓을 테니 도착해서 연락하라고 했다. 좋은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댓가는 갚아야 한다.
그녀는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어서 대충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알고 있었다.
“괜히 말했나봐. 일이 이렇게 심각한줄 몰랐어.”
“그들에겐 이틀의 시간이 있어. 그 이후론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어.”
“위험하잖아? 정부에게 맞기면 안돼?”
“난 한국 정부가 외국에서 작전하는걸 본적이 없어.”
그녀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언니가 보면 믿을만한 물건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와 짧은 포옹을 한후 발걸음을 돌렸다.
필리핀 공항을 벗어나자 마자 아는 얼굴을 마주쳤다.
바닷가에서 하루를 보냈던 여자였다. 정부요원이었다.
그때보다는 훨씬 밝아진 얼굴로 자신감 있게 악수를 건냈다. 정장이 잘어울렸다.
“우리도 미국 정보기관을 감시하니깐요. 더불어 당신형도.” 그럴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직접 개입한건 의외였다.
“괜찮아요. 당신에 대한 모든것은 내 선에서 정리될거에요.”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정도를 처리할려면 고위직만 가능했다.
“그대신, 모든 일이 끝나면 보고서를 보내줘요. 자세한걸로.” 직접 개일할 수는 없지만 상황은 파악해야 해서 보고 해야 하는 임무였다.
“그러죠.”
“네, 당신은 여기에 온적도 떠난적도 없어요.” 그녀는 연락처를 건냈다.
악수를 하고 그녀를 지나쳐 빠르게 차에 올랐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약속장소에서 말레이시아에서 온 친구와 오랜만에 만난 인사를 했다.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사람. 수염이 많이 짧아져 있었다. 그 옆의 친구와도 악수를 나누었다. 우람한 덩치임에도 움직임이 빨랐다.
주변에서 필리핀 친구들이 가야 한다고 재촉했다.
필리핀 친구들은 헬기를 타고 30분을 날아가 정글 한가운데에 내려 주었다. 그들이 건네준 가방에는 필요한 것들이 잔뜩들어 있었다.
“일단 뭐가 필요할지 몰라서 생각나는건 다 챙겼다.” 검게 그을린 얼굴을 환하게 웃고는 손을 흔들며 헬기는 멀어져 갔다.
한국인 한명, 미국인 두명, 필리핀인 두명이 정글을 뚫고서 다시 한시간을 전진했다.
목적지 근처에 도착하자 필리핀 친구들이 사진을 건네 주었다. 사진은 어느 마을을 위에서 내려다 본 장면으로 화질이 선명했다. 앞에 펼쳐져 있는 마을과 완전히 똑같았다.
필리핀 친구가 지도를 가르켜 어느 집을 가르켰다. 그리고 마을을 가르켜 그 집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4명이 들어가기로 하고 새로 합류한 미국인이 저격으로 지원을 하기로 했다.
미국인친구와 소총에 소음기를 장착하고 총에 여러가지 필요한 부품을 붙였다. 야시경이 정상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머리에 야시경을 올려 썻다.
방탄조끼를 입고 뒤를 돌아봤다. 필리핀 친구들은 권총에 소음기를 달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등에는 ak가 메어져 있었다.
필리핀친구들이 길을 안내해서 조심해서 집들 사이를 건너뛰어 목적지로 향했다. 도중에 2명의 보초를 만났지만 ‘슉,슉’ 소리와 함께 바로 거꾸라졌다.
문제의 집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다. 입구는 묵직해 보이는 열쇠가 걸어져 있었다. 미국인 친구가 주머니에서 휴대용 절단기를 꺼내 쇠사슬을 끊고는 신호를 주었다.
방양쪽을 경계하며 차례대로 들어갔다. 사진에서 본 여자와 남자가 기둥에 밧줄로 묶여 있었다.
여자에게 다가가 입을 막았다. 여자가 정신을 차리며 눈을 크게 떴다. 동생이 넘겨준 목걸이를 눈앞에 들어 보였다. 목걸이에는 별모양 펜던트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밧줄을 잘라냈다.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주시하던 남자의 밧줄을 잘라내고 차례대로 방을 빠져나왔다.
처음 출발했던 곳까지 중간쯤 다다랐을때 조금 떨어진 건물에서 사내가 나왔다. 순간 남자의 입이 벌어지더니 소리를 질렀다. 총알이 박히면서 쓰러졌기때문에 마지막까지 외치지는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동료들을 불러 내기 충분했다.
곧이어 총격전이 벌어졌다.
필리핀 친구들에게 여자와 남자를 맞기고 먼저 떠나라고 전하고는 어둠속에서 번쩍이는 불빛을 향해 총구를 돌렸다. 뒤쪽에서도 총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렸지만 벌써 쓰러져 있었다. 스나이퍼 친구의 지원사격이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크레모어를 설치했다. 미국친구는 건물들 사이로 수류탄을 집어 던지고 있었다.
그 친구의 어깨를 두드리고 떠나자는 신호를 보내자 마자 ‘쾅’소리와 함께 건물들이 불타올랐다.
“너 뭐가져 왔나?”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가 손으로 하늘위를 가르켰다. 드론이었다. 그 사이에도 몇개의 건물이 더 미사일에 얻어 맞아 불길에 휩싸였다.
달려가면서 크레모어의 스위치를 누르자 ‘쾅’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밀려져 왔다.
덕분에 빠르게 마을을 벗어나 대기해둔 차에 올랐다. 필리핀 친구들이 준비를 철저히 해주었다.
큰 폭발음과 함께 몇군데에서 큰 불길이 솟구쳤다. 폭발음이 연달아 이어지기도 했다. 아무리 드론이라도 화력이 너무 쎘다.
어둠속을 뚫고 차는 빠르게 달렸다. 필리핀에서 포터를 타는 것은 몇번을 겪어도 신기했다.
정해진 위치에는 헬기가 포로펠러를 힘차게 돌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폭탄을 장착하고는 헬기로 올랐다. 헬기는 후덥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미군기지로 향했다.
미군기지에 도착하자 후줄근하게 차려 입은 50대 정도의 남자가 다가와 자기의 이름을 밝혔다. 몇시간전에 통화했던 허가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땠나 내 드론? 혹시나 싶어 준비했더니, 완벽했어.”
“드론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겁니까?” 스나이퍼가 물었다.
“괜찮아, 어차피 거기에는 폭탄 많아. 그거아나? 당신들이 구출한 사람들. 한두달만 지나면 도로한복판에서 폭탄이 가득실은 차에 앉아 스위치를 누르게 될거였어.”
“아버지에게 안부전해주게.” 남자는 손을 흔들고는 군인들 사이로 걸어갔다.
구출해준 남자와 여자는 미군이 보호하기로 했다. 안정되는 대로 한국으로 보낼거라고 했다.
기지를 벗어나자 미국친구와 다시 한번 반갑게 포옹을 했다.
그날 새벽까지 미국인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맥주를 아작냈다. 필리핀친구들이 어이 없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다들 사라졌다.
오후에 정신을 차리고 대기했다.
도움을 받았다면 반드시 갚아야 하는 법이었다. 곧 서류가 도착했다.
살이찐 동남아인의 사진과 지도가 들어 있었다. 작은 도시의 경찰서장이었다. 제복을 정성스레 차려입고 진지하게 사진을 찍은듯햇다.
“방법은 상관없어. 그넘 머리에 총알이 박히기만 하면 돼.” 서류를 가져온 친구가 말했다.
미국친구와 함께 건물을 날릴지, 차량을 날릴지 토론을 벌였다. 새벽에 자고 있을때 습격하는게 가장현실적이긴 했다.
“그냥 저격할게.” 스나이퍼 친구가 조용히 말했다.
“이동경로 알아봐 줄게.” 서류를 가져다준 친구가 몸을 돌려 떠났다.
스나이퍼친구의 솜씨는 예술적으로 정확했다.
서장이 차량의 뒷자석에 올라 경찰서를 벗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교차로에서 낡은 세발오토바이가 서장의 차량앞에서 멈춰섰다. 서장도 어쩔수 없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한블럭 건너편 도로의 봉고차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나이퍼의 총알이 서장의 머리를 꿰뚫고 나가자마자 봉고차는 문을 닫고 출발했다. 소음기를 통과한 총알의 위력이 약했지만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에 서장의 머리는 박살이 났다.
친구들과 포옹을 하고는 필리핀을 떠났다.
책상에 앉아 리포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작성해야 할것 같았다. 만약 정부도 사실을 안다면 발뺌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참여한 인원들의 이름을 적을 수는 없었다.
한참을 공들여 레포트를 끝마쳤다. 그녀도 뒤에서 노트북으로 뭔가를 검색하느라 바빴다. 곧 시험이 다가오고 있었다.
냉장고를 열고는 맥주를 꺼냈다. 맥주가 부족했다. 사와야 할것 같았다.
잠시 슈퍼에서 맥주를 사서 돌아와 방문을 열자 그녀가 책상에 앉아 레포트를 읽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야 아니야. 난 못본거야. 걱정하지마. 아무것도 안봤어.” 뒤로 돌아 앉고는 자신의 노트북의 자판을 두들겼다.
“봐도 돼. 감추고 싶은것도 없고.”
“아냐 아냐 못봤어. 보고 싶은 생각도 없어.” 그녀가 손사래를 쳤다.
“흠. 난 뭐 상관 없어.”
“근데 정말 폭탄을 터트리게 만들어?”
“응. 고문과 세뇌면 가능해.”
“근데 그넘들 기지가 그렇게 커?”
“응. 백명정도는 있었어. 그렇게 적었고.” 천천히 맥주를 마시며 대답해 주었다.
“드론이 그정도로 위력이 있어? 그냥 하늘 위에서 보고만 있는 거 아냐?”
“미사일을 4발달면 그정도 위력은 나오지. 2대가 날라왔으니 8발 쐈어.”
“그럼 드론도..아니야 아니야 됐어..” 노트북에 신경을 집중했다.
저녁 바람을 맞으러 산책을 갔다.
그녀는 타이트한 스포츠 티와 타이즈를 입고 있었다.
가끔씩 뒤에서 그녀의 날씬한 몸매를 감상하는게 좋았다. 그럴때마다 그녀는 쭉 내달려 멀리 가서 기다리곤 했다.
그녀가 멀어지자 벤치에 앉아 있던 운동복차림의 사내에게 usb를 건냈다.
천천히 뛰면서 그녀와의 간격을 좁혔다. 숨을 고르고 있던 그녀와의 간격이 좁아지자 그녀가 갑자기 달려 나갔다.
따라 잡을까 말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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